통찰력 있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젊고 열정적인 IT 기업, 비젠소프트.
A young and passionate technology company,
brought together by people with keen insight—this is Vizensoft.
생성형 AI는 예술의 창작 방식을 혁신하며 민주화를 이끄는 동시에, 인간의 창의성과 저작권에 대한 깊은 윤리적·법적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새로운 르네상스인가, 디지털 신기루인가?
최근 몇 년 사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예술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 대회에서 우승하고, AI가 쓴 시와 소설이 문학계를 놀라게 하며,
AI가 작곡한 음악과 제작한 영화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우리는 전에 없던 창작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창작의 문턱을 극적으로 낮추었습니다.
과거에는 전문적인 기술과 값비싼 장비가 필요했던 예술 창작 활동에 이제는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창의성의 민주화'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의 이면에는 깊은 우려가 공존합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과연 인간의 창작물과 같은 예술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자동화된 창작 과정이 인간 예술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생계를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됩니다.
또한, AI가 학습 과정에서 사용한 수많은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는 창작자, 기술 기업, 법조계 모두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AI가 만든 예술 작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기대감(12%)보다 우려(44%)가 훨씬 크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AI는 단순히 편리한 도구를 넘어, 창작의 동반자이자 때로는 격렬한 논쟁의 중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이 포스팅은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최전선, 영화와 음악이라는 두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생성형 AI가
예술의 풍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합니다.
실제 사례 분석을 통해 AI 창작물의 퀄리티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인간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첨예한 '저작권 전쟁'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 최신 동향을 짚어보겠습니다.

AI가 다시 쓰는 은막: 카메라 없는 영화의 시대
생성형 AI 기술은 시각 예술의 영역을 넘어 영상 제작 환경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카메라나 배우 없이, 오직 텍스트 프롬프트와 인간의 창의적 연출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초기 AI 영화의 독특한 미학적 시도부터 최신 모델이 보여주는 비약적인 발전에 이르기까지,
그 진화의 과정을 따라가며 인간과 AI의 협업 관계가 어떻게 재정의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초기 개척자들의 기묘한 아름다움: 'The Frost'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 영화 제작의 초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2023년 공개된 단편 영화 <더 프로스트(The Frost)>입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영상 제작사 웨이마크(Waymark)가 OpenAI의 이미지 생성 모델
DALL-E 2를 사용해 제작한 이 12분짜리 영화는 AI 영화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적 한계를 예술적 스타일로 승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제작진은 AI가 만들어내는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기이한 결과물을 숨기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진처럼 정확한 이미지를 구현하겠다는 욕망을 내려놓고 DALL-E라는 기묘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영화는 시종일관 "기괴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얼음 덮인 산, 군용 막사 같은 야영지, 모닥불가의 사람들 등 익숙한 요소들은 어딘가 뒤틀리고 부자연스럽게 묘사되어
관객에게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경험하게 합니다.
특히 한 인물이 자신의 얼어붙은 혀를 씹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의 기이한 입술 움직임은 이러한 불안감을 극대화합니다.
여기서 인간의 역할은 AI에게 단순히 명령을 내리는 것을 넘어,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의도적인 미학적 장치로 활용하는 '창의적 감독'의 역할이었습니다.
기술적 불완전함을 감추는 대신, 그것을 새로운 초현실주의적 표현 방식으로 채택한 것입니다.
서사의 도약, 진화된 모델의 등장: Sora와 그 이후
DALL-E 2 이후, OpenAI의 Sora, 구글의 Veo, 메타의 Movie Gen 등
차세대 영상 생성 모델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AI 영화는 질적으로 엄청난 도약을 이루었습니다.
이 모델들은 단순한 이미지의 나열을 넘어, 일관된 캐릭터와 배경 속에서
훨씬 더 자연스럽고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해내며 서사적 가능성을 크게 확장했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정점에 있는 사례가 바로 토론토의 제작사 shy kids가 Sora를 활용해 만든 단편 영화 입니다.
머리가 노란 풍선인 남자의 일상을 담담한 내레이션과 함께 그려낸 이 작품은
이전의 AI 영상들과는 차원이 다른 영상미와 감성적인 서사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감독 월터 우드먼은 "Sora가 현실적인 것을 생성하는 능력도 훌륭하지만,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은 그것이 완전히 초현실적인 것을 만드는 능력"이라며,
이를 "추상 표현주의의 새로운 시대"라고 명명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재 AI 기술의 명확한 한계를 보여줍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일관성(consistency)'입니다.
자세히 보면 장면마다 주인공의 노란 풍선 머리가 미세하게 변형되거나 색감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장면이 슬로우 모션으로 생성되어 후반 작업에서 영상의 속도를 일일이 조절해야만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AI 시대의 영화 제작에서 인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shy kids 제작팀은 최종적으로 사용된 1분 30초 분량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10~20초 길이의 클립을 수백 개 생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 제작의 촬영 비율(shooting ratio)에 비유하면 약 300:1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또한, Sora가 생성한 영상은 최대 720p의 저해상도였기 때문에, 외부 AI 툴을 사용한 업스케일링 작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색 보정, 화면 안정화, 그리고 풍선에 의도치 않게 얼굴이 그려지는 등의
오류를 수정하는 광범위한 후반 작업(post-production)이 뒤따랐습니다.
이는 AI 영화 제작에서 인간이 단순히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명령자'가 아님을 시사합니다.
인간은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결과물 중에서 스토리에 가장 적합한 샷을 선별하는 '큐레이터'이자,
그것들을 연결하여 서사를 만드는 '편집자'이며, 기술적 결함을 보완하고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VFX 아티스트'이자 '감독'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즉, 창작의 중심이 세부적인 요소를 직접 그리는 '마이크로(micro)' 수준의 작업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결과물을 조율하며 최종 비전을 완성하는
'매크로(macro)' 수준의 지휘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창작 과정의 재정의: 인간 감독과 AI 조수
이제 AI는 영화 제작 워크플로우 전반에 깊숙이 통합되고 있습니다.
Runway ML과 같은 AI 영상 편집 및 생성 플랫폼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AI를 활용해 촬영 전 단계에서부터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상세한 스토리보드나
시각적 레퍼런스를 만들어 제작진과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촬영 효율을 높입니다.
후반 작업에서는 AI의 역할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기존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던 장면 확장(outpainting), 배경 교체,
시각 효과(VFX) 통합 등의 작업을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많은 창작자들이 여러 AI 도구의 장점을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워크플로우(hybrid workflow)'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품질의 정지 이미지를 생성하는 데 강점이 있는 Midjourney로 영화의 핵심적인 키 프레임(key frame)과
캐릭터 디자인을 만든 뒤, 이를 Runway로 가져와 움직임을 부여하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는 각 도구의 특성을 이해하고 최적의 결과물을 위해 전략적으로 조합하는
인간의 창의적 판단이 여전히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흐름은 더 이상 개인 창작자 수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CJ ENM이 제작한 AI 단편 영화 , Runway는 아예 'Runway Studios'라는
제작사를 설립하여 직접 영화 제작과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AI 영화가 실험 단계를 넘어, 주요 스튜디오와 제작사들이 주목하는
새로운 미디어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사운드스케이프: AI가 작곡하고 노래할 때
AI의 파괴적 혁신은 영화계를 넘어 음악 산업에도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복제해 논란의 중심에 서는가 하면,
누구나 단 몇 분 만에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AI가 작곡하고 노래하는 시대, 그 빛과 그림자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들여다보겠습니다.
바이럴이 된 기만, 그리고 논란의 서막: 'Heart on My Sleeve'
2023년, 음악계는 한 곡의 노래로 발칵 뒤집혔습니다.
세계적인 팝스타 드레이크(Drake)와 위켄드(The Weeknd)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Heart on My Sleeve'라는 곡이
틱톡과 스포티파이 등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단기간에 6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한 것입니다.
많은 팬들이 두 아티스트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곡으로 착각했지만, 이 노래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라는
익명의 제작자가 AI를 이용해 두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만든 '가짜'였습니다.
이 사건은 곧바로 전 세계적인 논란을 촉발시켰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대한 놀라움도 잠시, 아티스트의 허락 없이 목소리를 무단으로 복제하여
상업적 이익을 취하려 한 행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이 곡은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저작권 및 퍼블리시티권(인격표지권) 침해를 이유로 신속하게 삭제되었습니다.
'Heart on My Sleeve' 사건은 AI가 특정인의 목소리, 즉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을 얼마나
쉽게 복제하고 잠재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저작권 문제를 넘어, '목소리'라는 무형의 자산이 과연 누구의 것이며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윤리적, 법적 질문을 사회에 던진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습니다.
녹음 스튜디오의 민주화: Suno와 Udio
논란의 이면에서, AI는 음악 창작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Suno와 Udio와 같은 AI 음악 생성 플랫폼의 등장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음악의 장르, 분위기, 악기 구성, 가사 등을
텍스트 프롬프트로 입력하면 불과 몇 분 만에 보컬과 반주가 포함된 완성도 높은 곡을 생성해 줍니다.
Suno는 전체적인 곡 구성과 작곡 능력에 강점을 보이고, Udio는 코드 진행이나 멜로디 같은
특정 음악 요소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의 등장은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음악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음악 창작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AI가 생성한 음악의 기술적 완성도는 놀라운 수준에 도달하여,
때로는 인간이 만든 것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계도 지적됩니다.
AI 음악이 화성학이나 음악 이론 같은 수학적 규칙은 잘 따르지만,
인간의 복잡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미묘한 감정적 깊이나
예측 불가능한 창의적 '놀라움'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아티스트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2024년, 빌리 아일리시, 케이티 페리, 니키 미나즈 등 2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은
"AI가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음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며
무분별한 AI 기술 사용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유명 팝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멤버 윌아이엠(will.i.am)은 Udio를
"새로운 창의성을 위한 도구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이라고 극찬하며
AI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아티스트의 새로운 협업 방식
전문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AI를 단순히 위협이나 경쟁자로 간주하기보다,
창작 과정을 돕는 '협업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AI를 통해 창의성의 한계를 넓히고 작업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식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한 레딧(Reddit) 사용자는 자신의 음악 제작 과정을 공유하며 이러한 협업 모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먼저 AI 음악 생성기 Udio를 사용해 20개 이상의 다양한 버전을 생성하며
곡의 기본 아이디어와 구조에 대한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 후, AI가 제안한 드럼 파트를 기반으로 실제 세션 드러머에게 연주를 의뢰하고,
직접 기타와 베이스를 녹음하여 AI가 만든 뼈대에 인간의 연주와 감성을 입혔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Udio가 대체재라기보다는 협업자처럼 느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AI는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믹싱이나 마스터링과 같은 기술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여
아티스트가 작곡이나 연주 등 보다 창의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보컬 스타일이나 사운드를 손쉽게 실험해 볼 수 있게 하여
창의적 탐색의 촉매제 역할도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팝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룩셈부르크에서 개발된 AIVA는 이미 2016년에 딥러닝 기술로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등
클래식 거장들의 작품을 학습하여 직접 교향곡과 피아노곡을 작곡했습니다.
AIVA는 'Genesis'라는 앨범을 발매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저작권협회(SACEM)에
세계 최초의 '가상 작곡가'로 공식 등록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AI가 음악의 다양한 장르에서 오래전부터 창작의 도구이자 주체로서
연구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한 가지 중요한 현상을 드러냅니다.
AI 기술이 창작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된 '민주화'는 역설적으로 '가치 평가의 위기'를 동반합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중은 AI가 만든 예술 작품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매우 낮으며(13%),
70%는 돈 주고 살 가치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심지어 동일한 작품이라도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감동이나 작품성에
대한 평가가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이 직접 만들고 연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희소성과 진정성을 담보하는 프리미엄 가치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미래의 아티스트들에게는 단순히 창작하는 능력을 넘어, 자신의 인간적인 창작 과정이 갖는
고유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질 것입니다.

저작권 대혼란: 진행 중인 글로벌 논쟁
생성형 AI가 예술계에 던진 가장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는 바로 '저작권'입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AI를 훈련시키기 위해 인터넷의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은 합법적인가?
이 두 가지 핵심 질문을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법적, 철학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 그리고 한국의 대응 방식을 비교하며 이 혼란의 현주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대원칙: 저작권은 '인간의 창작물'에만 주어진다
국가와 법체계를 막론하고 현대 저작권법의 가장 근본적인 대원칙은
저작권이 '인간'의 지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의 산물에만 부여된다는 점입니다.
미국 저작권청(US Copyright Office, USCO)은 저작권 보호 대상을 "인간에 의해 창작된(created by a human being)"
저작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기계가 자동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등록을 거부해 왔습니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JEU) 역시 저작물이 "저자의 고유한 지적 창작물"이어야 하며,
저자의 인격과 자유로운 선택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판시했습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또한 2023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인간의 창작물만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컨센서스는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이 AI를 도구로 사용한 경우'에 발생합니다.
인간의 기여도가 어디까지 인정되어야 그 결과물을 '인간의 창작물'로 볼 수 있는지,
그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접근법: '인간의 통제'와 '공정 이용'
미국은 구체적인 판례와 '공정 이용(Fair Use)'이라는 독특한 법리를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새벽의 자랴 (Zarya of the Dawn)>: '창의적 통제'의 기준
AI 저작권 논쟁의 역사적인 판례는 크리스티나 카슈타노바가 AI 이미지 생성기 Midjourney를
이용해 만든 그래픽 노블 <새벽의 자랴>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카슈타노바는 자신이 직접 쓴 텍스트와 함께 Midjourney로 생성한 이미지들을
배열하여 작품을 완성하고 저작권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저작권청은 매우 중요한 선례를 남기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작권청은 카슈타노바가 직접 창작한 '텍스트'와, 텍스트와 이미지들을 '선택하고
배열한 편집 방식'에 대한 저작권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Midjourney가 생성한 '개별 이미지' 자체에 대한 저작권은 불허했습니다.
그 이유는 카슈타노바가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하기는 했지만,
AI가 이미지를 생성하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 충분한
'창의적 통제(creative control)'를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작권청은 AI 사용자를 "자신이 결과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의뢰한 고객"에 비유하며,
인간의 아이디어나 지시만으로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결정은 AI를 활용한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등록할 때,
인간이 창의적으로 기여한 부분과 AI가 생성한 부분을 명확히 구분하고,
AI 생성 부분은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훈련 데이터 논쟁: 끝없는 '공정 이용' 다툼
또 다른 핵심 쟁점은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입니다.
OpenAI, 구글 등 AI 기업들은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 인터넷에서 수집한 방대한 양의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I 기업들은 이러한 데이터 수집 및 학습 행위가 원 저작물을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AI 모델 훈련이라는 새로운 목적을 가진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미국 저작권법의 '공정 이용(Fair Use)' 조항에 근거한 것입니다.
반면, 뉴욕타임스(NYT), 게티이미지, 그리고 소설가 조지 R.R. 마틴을 비롯한 수많은 창작자 및 권리자 단체들은
이것이 명백한 대규모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AI 생성물이 결국 원 저작물의 시장을 잠식하고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 기회를 박탈한다고 비판합니다.
현재 미국 법원과 저작권청은 이 문제가 개별 사례별로 판단되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AI의 사용 목적(상업적 vs. 비상업적), 사용된 저작물의 성격,
그리고 AI 생성물이 원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가 확립되지 않아,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
산업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극심한 법적 불확실성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접근법: '투명성'과 '사전 거부권'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인 AI 규제법인 'AI Act'와 기존 저작권 지침을 통해
미국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EU의 핵심 키워드는 '투명성'과 '사전 통제권'입니다.
먼저, 2024년 채택된 'EU AI Act'는 저작권 문제에 대해 AI 서비스 제공자에게 강력한 투명성 의무를 부과합니다.
범용 AI 모델(ChatGPT 등) 제공자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임을 명확히 표시해야 하고,
불법 콘텐츠 생성을 방지하도록 모델을 설계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의무는 훈련에 사용된 저작권 보호 데이터에 대한 상세한 요약을 작성하여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물이 AI 훈련에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해 줍니다.
더 근본적인 차이는 '디지털 단일 시장에서의 저작권 지침(DSM Directive)'에서 나옵니다.
이 지침은 과학적 연구 등을 위한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TDM)을 저작권 예외 사유로 인정하면서도,
저작권자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를 부여합니다.
바로 저작권자가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방식(machine-readable format, 예: 웹사이트의
robots.txt 파일)으로 자신의 저작물이 AI 훈련에 활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즉 '사전 거부권(opt-out)'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AI 개발자는 이러한 거부 의사를 존중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문제가 발생한 후 법정에서 '공정 이용' 여부를 다투는 미국의 사후적 접근법과 달리,
저작권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사전 통제권을 부여하는
선제적 접근법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의 접근법: '편집저작물'이라는 해법
한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12월 발표한 '생성형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책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저작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간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는 창작적 기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기본적인 기조는 미국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접근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편집저작물'이라는 기존 법률 개념을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실용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편집저작물이란 소재의 선택, 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을 의미합니다.
IT 기업 나라지식정보가 제작한 AI 영화
이는 미국의 <새벽의 자랴> 사건에서 저작권청이 '선택과 배열'의
창작성을 인정한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맥락입니다.
다만 한국은 이를 '편집저작물'이라는 구체적인 법적 카테고리를 통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AI 시대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를 현행법의 틀 안에서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저작권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환경은 통일된 기준 없이
각기 다른 철학과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
국의 '일단 사용하고, 문제 되면 소송하자(Sue Me Later)' 식의 접근법과
유럽의 '사전 거부권을 존중하라(Respect the Opt-Out)'는 접근법의 차이는
AI 기술 기업들에게 매우 복잡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정 이용으로 주장할 수 있는 행위가,
유럽에서는 명시된 거부 의사를 무시한 불법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파편화된 규제 지형은 앞으로 AI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글로벌 정책의 격전지가 될 것입니다.